4년 전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김형칠은 종합마술 경기 중 말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선수로는 한창 나이인 마흔 일곱에 세상을 떠났다. 김형칠은 조카인 김균섭(29ㆍ인천체육회)과 함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종합마술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김균섭은 한국에서 청천벽력 같은 삼촌의 사고사 소식을 접해야 했다.
삼촌의 넋을 가슴에 품고 말에 오른 김균섭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균섭은 14일 중국 광저우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최준상(KRA승마단), 김동선(한화갤러리아승마단), 황영식(한양대)과 팀을 이뤄 상위 3명 평균 점수 65.759%로 홈팀 중국(65.59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균섭은 61.778%로 17위에 머물렀지만, 동료들의 활약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국 승마는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균섭은 경기 후 소감으로 역시나 삼촌 얘기부터 꺼냈다. “삼촌께서 못 이루신 꿈을 제가 이뤄 더 기쁩니다. 삼촌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고(故) 김형칠은 금메달 없이 눈을 감았다. 1986년 서울대회 동메달, 2002년 부산대회 은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은 조카의 몫으로 남겨 두고 떠났다. 김균섭은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와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는데 동료들이 자존심을 세워 줬다”면서 “하늘에 계신 삼촌과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김균섭의 조부는 1964년 도쿄올림픽 멤버이자 전 대한승마협회 경기력 향상 위원장인 고(故) 김철규씨다.
귀국 후 국립현충원을 찾아 삼촌을 만날 김균섭은 “이제 삼촌에게 가서 자신 있게 금메달을 땄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가족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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