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군사독재가 이어져온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5) 여사가 7년간의 가택연금에서 석방돼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미얀마의 민주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 정치환경상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있다.
첫 연설에서 “모든 민주세력과 협력 원해”
13일 석방된 수치여사는 14일 자신이 이끌어온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에서 첫 연설을 했다. 수많은 지지인파들이 수치 여사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수치 여사는 “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모든 민주세력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분열된 미얀마 민주세력의 단합을 촉구하는 발언이다. 또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국민이 정부를 감독할 때 민주주의는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3일 가택 연금이 해제되자 오후6시(현지시각) 양곤 자택 앞으로 나와 5,000명의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을 다시 만나 기쁘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13,14일 수치 여사를 보기 위해 각각 수천명 이상의 인파들이 물결을 이뤘다. 일부는 울기도 하고, 일부는 그에게 꽃을 건넸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 국민들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각국 정부와 정상들은 일제히 수치 여사의 석방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그의 어떤 기본권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도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도 외교부 명의로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군부와의 싸움에서 승산은
수치 여사는 21년 간의 정치 활동 기간 중에 15년을 구금 상태에 있었다. 3번째 연금에서 풀려난 그가 다시 뛰어든 군부와의 싸움에서 이번에는 승산이 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서 7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일주일 만에 수치 여사를 풀어줬다. 수치 여사의 석방이 가능했던 것은 어찌 보면 군부 정권이 수치 여사가 군부를 뒤엎기에는 현재 역부족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휴먼라이츠 워치’의 아시아 담당 부국장 엘레인 피어슨은 “군사정부가 불법선거로부터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술책으로 수치를 석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수치 외에도 2,200명의 민주 인사들이 미얀마 감옥에 있다.
수치 여사는 동지들의 뜻을 모아 향후 나아갈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야권 일부에서는 수치 여사가 지나치게 비타협적이어서 민주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권과의 비타협을 고집해온 그는 자신의 노선을 점검하고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권과 타협할 경우 이상을 버리고 독재자와 협력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비타협을 고집할 경우는 투쟁 과정에서 유혈 사태까지 각오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보나 쉽지 않은 싸움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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