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성남 일화를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2년,‘감독 대행’의 꼬리표를 떼어 낸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일궈낸 성과다. 어깨에 힘을 빼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리더십으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남은 1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단판 승부에서 조바한(이란)을 3-1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우승 상금만 150만달러. 조별리그부터 받은 수당과 지원금을 합하면 220만 달러가 넘는 두둑한 부수입을 아울러 챙겼다.
핸디캡을 극복한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참 훌륭하다.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도 좋았지만 노력한 부분도 많다”고 자신감 넘치는 사자후를 토했다.
결승전 전망은 결코 밝지 않았다. 성남은 베스트 11 가운데 3명이 빠진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간판 공격수 라돈치치, 베테랑 미드필더 전광진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왼쪽 풀백 홍철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다.
그러나 신 감독은 자신감에 넘쳤다. 5일간 상대를 치밀하게 분석해 성남의 장점을 극대화해 상대 약점을 비집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조바한 수비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지만 발이 느리다는 점을 이용해 빠른 공격 전개로 수비진 배후를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결승전에서 신 감독의 계획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운도 따랐다. 전반 29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사샤가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장악했다. 후반 8분 코너킥 찬스에서 조병국이 추가골을 터트렸다. 후반 22분 칼라트바리에게 만회골을 허용하며 쫓겼지만 후반 34분 정성룡의 선방으로 동점을 허용할 위기를 넘겼고 후반 37분 김철호의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신 감독은 “경험 부족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우리 플레이만 펼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감독으로서 한번 서기도 어려운 큰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해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도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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