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불거진 중국, 러시아와 영유권 갈등 이후 처음으로 13일 양국 정상과 각각 회담을 가졌다. 관계 회복이라는 원칙론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센카쿠(尖閣), 남쿠릴 4개섬 영유권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중일, 러일 회담에 쏠린 눈길 때문에 정작 무대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빛 바랜 모양새였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후 APEC이 열린 요코하마(橫浜)에서 20여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9월 중순 센카쿠 제도 인근의 중일 선박 충돌로 양국 관계가 급랭한 이후 첫 공식 정상회담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정상회담으로는 이례적으로 회담 30분 전에 “오케이” 답을 보내는 등 일본을 적잖이 당혹스럽게 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전략적 호혜관계를 추진해가고 정부ㆍ민간 교류를 촉진하며 경제분야 등 국제문제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센카쿠 문제에 대해서는 간 총리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강조하자 후 주석 역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열린 중일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중일 선박 충돌 사건 이후 중국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협상을 재개하자는 일본의 요청에 중국은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이었다. 다만 이날 양국 경제장관급 회담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관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갈등은 조만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러일 정상회담 풍경도 회담 시간이 2배 정도 길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 총리가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나시리 방문에 대해 “일본 국민 감정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쿠릴 4개섬은 우리 영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받아쳤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영토문제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그보다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양국간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며 화제를 돌렸다.
반면 이날 이들 회담에 앞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약 1시간에 걸쳐 양국 동맹강화를 위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간 총리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가 이 지역 안전과 평화의 토대”라는 점을 강조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안보, 경제, 문화ㆍ인적교류 등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 내년 봄 간 총리의 미국 방문 때 공동성명으로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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