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북 김천시 남면 옥산리 KTX 김천(구미)역. 역 이름을 둘러싼 도시 간 갈등으로 결국 김천(구미)역이 된 이곳 역사 정문 앞 주차장에는 30여대의 택시기사들이 졸리는 표정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2∼3시간은 돼야 손님받을 차례가 오기 때문이었다. 역을 오가는 시내버스도 한 대당 승객이 달랑 1명 꼴이다.
부지 2만5,000㎡ 규모의 역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북 혁신도시 허허벌판 가운데 들어선 이 역사 안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은 손을 꼽을 정도였다. 어쩌다 외지에서 온 승객들 역시 불만이 높다. 경기 일산시에서 사업을 하는 안훈연(59)씨는 “KTX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말만 믿고 구미시에 투자하러 왔는데 이곳 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만 왕복 6만원”이라며 “교통 인프라가 이렇게 초라한데 어떻게 투자하겠느냐”고 푸념했다.
KTX 완전 개통 후 김천(구미)역이 애물단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 김천(구미)역은 1일 개통 후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이 797명에 불과, 같은 날 문을 연 신경주역 2,367명, 울산역 3,921명에 비해 성적표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기존 역의 기능을 무리하게 축소, KTX 부양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새 역을 개통하면서 기존 구미역과 김천역에 각각 하루 34회 지나던 새마을열차를 20회나 줄이고 두 역에 하루 8회씩 정차하던 KTX는 아예 없애 버렸다. 이에 따라 구미역의 경우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1,733명이던 새마을열차 승객이 728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무궁화호열차 승객은 그만큼 늘어나 열차 승객들이 차종만 바꾼 채 구미역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ㆍ퇴근과 통학 등 승객이 집중된 대구역_구미역 구간은 KTX가 새마을이나 무궁화열차보다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람들이 구미역으로 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동대구역_구미역 새마을열차는 34분이 걸린다. 하지만 동대구역_김천(구미)역의 경우 KTX 탑승시간은 23분이지만 김천 시내에서 구미 시내 간 도심 이동시간 1시간을 고려하면 시간상으로 오히려 손해다.
이 구간 요금도 새마을열차가 4,700원으로 KTX 8,100원의 58%에 불과하다. 더구나 승객이 드문 구간 특성상 구미 시내에서 김천(구미)역을 오가는 택시의 편도 요금이 3만원이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구미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상현(45)씨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훨씬 불리한 KTX를 탈 수밖에 없도록 하다니 코레일은 직장인의 고충을 모르는 것 같다”며 “대구역_구미역 새마을열차를 더 늘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천역은 KTX 완전 개통 이후 하루 6,170명의 승객이 5,352명으로 818명이 감소, 약 13%의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열차를 절반 이상 줄인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그다지 크지는 않아 김천(구미)역 흡입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코레일 여객본부 관계자는 “KTX 완전 개통으로 전체 여객 수송량이 9% 이상 늘었다”며 “승객의 불편을 빚고 있는 구간은 개선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ㆍ김천= 글ㆍ사진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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