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에 참패를 안겨 준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단체 '티파티'가 이번에는 친정인 공화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티파티의 도움으로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2012년 선거 때 지도부를 상대로 강력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티파티가 예의주시하는 인물은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존 베이너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다. 티파티는 "과거 공화당 내에서 명멸했던 많은 보수세력 분파들이 선거가 끝나면 당 지도부에 흡수됐던 것과는 달리 당 체질을 능동적으로 쇄신시키겠다"고 공언하며 재정적자 축소, 건강보험 철회 등을 당 지도부의 우선적 과제로 제시했다. 티파티는 특히 "지도부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후보 지명과정에서의 입김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사회 네트워킹'과 인터넷 유권자 운동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티파티의 지역조직인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에이미 크레머는 "공화당이 민주당과 타협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이번에 떨어진 로버트 베넷 상원의원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며 "2년이라는 기간은 그들 모두를 몰아내고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을 수 있을 만큼의 긴 시간"이라고 경고했다.
티파티는 매코넬 원내대표의 경우, 최근 지역구에 선심성 사업 예산을 배정하는 '지정예산(earmark)'에 찬성한 것을 재정적자 감축에 역행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개혁 모델이 됐던 매사추세츠주(州)의 보험 시스템을 만들었던 롬니 전 주지사에 대해서도 그의 차기 대선 출마를 봉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공화당은 총선 후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에 열리는 '레임덕 세션' 때 건보개혁 철회, 부유층을 포함한 감세 연장 등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원과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이를 밀어붙일 수단이 많지 않아 곤혹스런 상황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