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승용차 자율 2부제 참여율을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하고 행사기간 코엑스 일대가 극심한 정체를 빚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을 내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12일 자율 2부제에 참여한 승용차 비율이 69.4%라고 발표했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짝수 날인 이날 차를 몰고 나오면 안 되는 홀수 차량 가운데 69.4%가 운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홀수와 짝수 차량이 반반이라고 가정할 때, 운행한 승용차는 평소보다 35%는 줄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날 승용차를 포함한 전체 운행 차량이 평소보다 4.1% 줄었다고 밝혔다. 자율 2부제가 승용차에만 적용되므로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서울 46개 지점에서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전체 운행 차량의 69.4%가 이날 운행 가능한 짝수 차량이었다는 의미"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결국 경찰은 엉뚱한 수치를 동원해 '자율 2부제 참여율'이라고 호도한 셈이다. 경찰의 측정결과로 보면, 이날 운행 차량 100대 가운데 69.4대가 짝수, 30.6대가 홀수이다. 평소라면 홀수차량도 69.4대가 운행했어야 하므로 전체 운행차량은 138.8대였어야 하는데 홀수 차량 가운데 38.8대가 2부제에 참여해 운행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2부제 참여율은 55.9%가 된다. 결국 경찰 자체 측정결과로 보더라도 참여율이 13.5%포인트 과장된 것이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12일 코엑스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이 극심한 정체를 겪을 것이라는 경찰의 당초 전망도 엉터리였다. 경찰의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통제 1시간 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앞 테헤란로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까지 차량 흐름이 거의 멈췄다. 1시간30분 후 도산대로에서 시작한 정체는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입구까지 10㎞ 가까이 이어졌다. 이는 자율 2부제를 감안, 교통량을 평소 금요일 오전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설정한 결과다.
그러나 이날 실제 교통량이 평소보다 4.1%밖에 줄지 않았는데도 모의실험 결과와 같은 큰 정체는 없었다. 코엑스 인근 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4)씨는 "행사기간 도로가 막히는 게 불편해서라도 차를 갖고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면서 "시민들에게 겁을 주려고 경찰이 실험결과를 부풀린 것 아니냐"며 불쾌해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율 2부제 참여율 측정방식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사용했던 관행적인 것이며, 모의실험 결과는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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