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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인권위 사태, 터무니없는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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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인권위 사태, 터무니없는 색깔론

입력
2010.11.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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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총체적 파산의 위기에 처했다.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더니 이젠 비상임 인권위원인 조국 교수마저 사퇴하는 등 위원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전직 위원장을 비롯한 전직 인권위원들이 모여 입장을 표명하는가 하면, 전직 직원들도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법학교수와 변호사 300명 역시 한 목소리로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였고, 인권단체는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된 꼴이다.

품위와 권위를 기반으로 존립해야 하는 인권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일부에선 이 같은 파국이 좌우이념 대립으로 인한 내부 노선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인권위 파경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 인권위원의 지적대로 노선갈등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볼품 없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파국은 이명박 정부의 인권 경시와 파행적인 인사,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자진해서 포기한 현병철 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 그리고 전문성 부족의 인권위원이라는 하나같이 볼썽 사나운 요인들이 빚어낸 비극적인 결과이다. 물론 그 막다른 골목은 인권위의 무력화와 알리바이 기구로의 급속한 퇴락이다.

일찍이 유엔은 각 나라에 인권보호및 증진을 위해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하면서 인권기구는 권력에 독립적이어야만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독립적인 역할과 위상을 강조한 바 있다. 인권위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설립된 국가의 반성장치로서 공권력이 국민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본래 사명으로 한다.

권력입장에서는 결코 예쁘게(?) 보일 수가 없고, 입맛에 맞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말이 쉬워 쓴 소리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직언과 고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결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 이후 인권위가 정부에 밉보이는 것을 때로는 맞서는 것을 불사하면서 인권에 관하여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직 대통령의 말 그대로 "원래 그런 일하라고 만든 기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마땅히 그리 해야만 유엔 등 국제 인권사회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자기 사명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권기구의 고유한 특성에 무지한 이들은 이 같은 인권위의 활동을 두고 반정부, 좌파, 편향, 운동권이라는 색깔 덧씌우기와 낙인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인권위가 '좌파정부'의 산물로서 그 동안 심각하게 좌편향 되었으므로 이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좌파정부라고 부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도 인권위가 얼마나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겪었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억지주장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정권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좌파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고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왜 꾸준히 이런 문제제기가 계속 될까?

이유는 간명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진하는 자신들의 행태를 감추는 데 색깔론을 앞세우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색깔론으로 자신들의 흠결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의 인권위 파국상황에 어김없이 색깔론이 다시 등장했다. 인권기구의 수장의 함량미달과 권력 눈치보기라는 치명적 흠결을 진부한 색깔론으로 덮으려는 것은 누가 봐도 궁색하고 몰염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형완 성공회대 외래교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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