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광저우(廣州) 시내 주장(珠江)의 작은 섬인 하이신사(海心沙). 2010 아시안게임의 개막을 위해 설치된 특설무대는 거대한 배를 형상화하고 돛 모양의 대형 구조물 4개와 넓은 갑판 등으로 이뤄졌다. 3만3,000여 관중석은 이미 들어찼고, 주변 역시 세계로 뻗어가는 ‘대륙의 위상’을 보기 위해 10만 명이 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스릴 넘치는 경기, 조화로운 아시아(Thrilling Games and Harmonious Asia)’를 슬로건으로 내건 42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축제가 사상 첫 ‘수상(水上) 개막식’을 갖고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강물 따라 항상 행복하게’라는 주제에 맞춰 조명으로 치장한 보트들이 주장을 유유히 노니는 사이, 지상에서는 다채로운 공연 등 식전행사가 분위기를 지폈다.
공식 개막을 1분 여 앞둔 오후 8시 59분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기립박수를 받으며 개막식장에 들어섰다. 곧 이어 관중석에서 9시 정각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일제히 외치자 섬 인근 세계 최대 높이(600m)의 방송 송출탑인 ‘광저우타워’ 등에서 쏘아 올린 형형색색의 불꽃 쇼가 장관을 연출했다. 총 4만 발의 축포가 이날 개막식장 밤 하늘을 뒤 덮은 가운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는 게양대에서 힘차게 펄럭였다.
특히 고기잡이를 나갔다 폭풍우를 만난 뱃사람들과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애달픈 아내들의 사연을 담은 ‘바다 위의 배’ 공연은 개막식 최고의 백미였다. 600여 남성 공연단이 흰색 대형 천을 휘두르며 4개의 돛 사이에 고정물처럼 자리 잡고 있던 큰 배를 무대 중앙으로 이끌어 냈다. 물이 첨단장비 등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영상 수채화’였다.
4개의 돛에 매달린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유인우주선 성공장면 등 중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투영됐다. 와이어를 이용해 공중과 지상에서 인간이 밀고 당기는 대형 ‘꼭두각시 쇼’는 대륙의 넓이만큼이나 웅장하고 화려했다.
주장 저 멀리, 한 무리의 배들이 개막식장을 향해 유유히 내달렸다. 이번 대회 45개국 참가국 선수 가운데 각국 별로 8명씩을 태운 45척의 배가 9.3㎞를 항해한 끝에 하이신사에 속속 정박했다. 4회 연속 종합 2위를 노리는 한국은 수영 국가대표팀 7명 등이 배에 올라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오롯이 새겼다.
한국은 기수를 맡은 핸드볼 윤경신(37) 등 11개 종목 130여명이 개막식에 참석, 태극기를 흔들며 16번째로 입장했다. 남북 동시입장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또 다시 무산된 가운데 북한은 7번째, 개최국 중국은 열띤 환호를 받으며 45번째로 입장, 대미를 장식했다.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관심을 끌었던 최종 성화 점화자는 광둥성 출신의 2008 베이징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허총이 맡았다. 성화가 불타 오르면서 4시간 30분 간의 ‘감동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한편 한국선수단은 13일 사격과 유도에서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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