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슈, 즉 우리나라 주도로 G20 정상회의 테이블에 오른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가 마침내 서울 선언의 중요한 한 축으로 공동선언문에 반영됐다.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강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제안한지 10개월만에 최종 결실을 봤고, 개발 의제는 지난해 9월 미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처음 얘기가 나온 이후 1년 2개월만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두 의제 모두 과거 경험에 비춰 한국 정부가 분위기를 주도하기 매우 적합했던 이슈.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금융위기 우려가 높은 나라를 상대로 사전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1997년 외환위기의 뼈아픈 경험이 반영됐다. 개발 의제 역시 최빈국에서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나라인 한국이 주도하기 딱 좋은 의제였다. IMF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문제에서 보여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일컬어 ‘지적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G20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한 이유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건실함에도 국제적 자본 변동성 때문에 갑작스레 외환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나라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다.
지금 상태라면 투기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이 계속돼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외환보유고가 확대되면 그만큼 기회비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G20은 이미 IMF 이사회가 합의한 ▦예방적 대출제 도입 ▦탄력대출제도(FCL) 확대와 더불어, IMF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등의 지역 협정 사이에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 지적대로, 사후적 위기구제에 주력하고 있는 IMF의 기능을 사전적 위기예방쪽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개발 의제와 관련, G20 정상들은 ▦인프라 ▦인적자원개발 ▦무역 ▦민간투자와 고용창출 ▦식량안보 ▦복원력 있는 경제성장 ▦금융소외계층 포용 ▦국내 재원 동원 ▦개발경험 공유 등 9가지 분야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이행할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을 공동선언문 부속서에 확정했다.
개발의제는 단순원조를 넘어 ‘빵 대신 빵 굽는 기술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 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확대 계획을 담은 것도 이런 맥락. 에너지, 수송, 통신 등의 사회간접 자본 부족이 개도국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문제가 포함된 것이다. 투자 장애 요소를 없애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저소득 국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확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세계인구의 3분의 1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 G20 회원국은 각각 한 가지 이상의 금융소외 계층 포용 방안을 실행하게 된다. 국제연합(UN),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선진국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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