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지음ㆍ조재형 옮김
황금가지 발행ㆍ696쪽ㆍ2만원
끔찍한, 무시무시한, 꿈에 볼까 두려운.
공포영화의 일반적 특징이다. 우리는 왜 그런 걸 즐길까.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년 여름 공포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는 것을 보면, 분명 매력이 있다.
공포, 서스펜스, SF 판타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에서 전세계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공포의 본질을 파헤친다. 는 영화와 TV드라마, 라디오,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고 있는 ‘공포’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심리부터 공포문화의 역사와 영향력까지 공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분석한 책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공포문화를 다룬다. 원서는 1981년 처음 나왔다. 2010년 개정판을 번역했다.
스티븐 킹의 입담은 과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답다. 분량이 700쪽 가까이 되는데도 지루할 새가 없다. 거침없이 내달린다. 괴물과 거친 폭력이 나오는 공포물을 즐기는 심리와 그런 ‘유치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대차게 맞받아친다. “그런 걸 외면하고 살아야 옳으냐고? 절대 아니다. 제기랄, 죽어도 외면할 생각 없다.” 일단 선언부터 한 다음 공포문화를 옹호한다.
그는 공포영화는 ‘안전밸브’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공포영화는 허구의 공포로 도피함으로써 현실의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지 못하게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좋은 공포 이야기는 상징적인 수준에서 작용하면서, 허구의 사건들(때로는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이용해 우리가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진정한 두려움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공포물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은 미치광이도 변태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흉악범죄가 터질 때마다 ‘잔혹한 공포물의 영향’ 운운하는 언론과 완고한 도덕주의자들을 조롱할 때 그의 말투는 사뭇 신랄하다.
이 책에서 그가 언급한 영화는 “빌어먹을 것”부터 걸작까지 100편쯤 된다. 각 영화의 리뷰가 재미있다. 좋고 나쁨을 가차없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적인 모든 공포의 원형으로 3편의 영국 소설 주인공을 꼽는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주인공 뱀파이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지킬/하이드다. TV와 라디오 드라마 속 공포도 충분히 다룬다.
그는 공포의 음산한 즐거움을 옹호하며, 독자들에게 함께 즐기자고 말한다. 공포장르를 죽음과 함께 추는 병든 왈츠로 여기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안의 상상력을 깨우는 ‘꿈의 춤’이라고 역설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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