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12일 5년 단위의 대여 갱신에 합의한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침입해 강화도의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도서다.
외규장각은 정조가 왕실도서관 겸 학술기관으로 창덕궁에 세운 규장각의 분소와 같은 성격으로, 체계적으로 도서를 관리하기 위해 1781년 강화도에 세워졌다. 병인양요로 불타 없어지기 전까지 1,007종 5,067책이 소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군이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는 파리 국립도서관에 중국책으로 분류돼 있다가 1978년 재프랑스 사회학자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 도서들은 조선 왕실의 세자나 왕비의 책봉과 혼례, 존호 부여, 장례, 건물 및 산릉 축조 등의 각종 행사에 관해 기록한 의궤 191종 298책이다. 의궤는 왕이 보는 어람용(御覽用)과 일반용이 있다.
프랑스군이 가져간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이며 1630~1857년에 작성된 것이다. 크기는 가로 32cm, 세로 49cm 안팎이다. 어람용 의궤는 표지에 초록색 구름무늬 비단과 흰 비단을, 속에는 초주지(草注紙)라는 특수 종이를 사용해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방금 만든 것처럼 깨끗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순조의 생모이자 정조의 후궁인 수빈 박씨의 장례절차를 기록한‘휘경원 원소도감의궤 상’1책은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방한 시 한국에 대여돼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돼 있어 이번에 양국이 대여에 합의한 것은 297책이다.
의궤는 대개 필사본으로 책에 따라 2~8부까지 필사됐지만, 이번에 대여되는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30종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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