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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갱신 대여/ 정부 "일단 돌려받자" 실리 선택…반환시기 명시안해 '마찰'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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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갱신 대여/ 정부 "일단 돌려받자" 실리 선택…반환시기 명시안해 '마찰' 소지

입력
2010.11.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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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된 외규장각 도서 297권이 144년 만에 한국 땅에 돌아온다.

프랑스 정부가 반환이 아닌 5년 단위의 갱신 대여 방식으로 넘겨주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우리 품에 돌아온다는 의미는 크다.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로 합의한 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랑스군이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때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뒤 이 도서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만 100년 이상 걸렸다.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촉탁 직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가 도서관에 조선시대의 도서가 보관된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 존재가 알려졌다.

정부는 1991년부터 프랑스 정부와 반환 협상을 시작했다. 1993년 9월 한국을 방문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경부고속철도 부설권을 프랑스의 테제베가 수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규장각 고서 중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을 갖고 와 도서 반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외규장각 도서는 곧바로 반환되지 않았고 줄곧 한국과 프랑스 간의 외교 현안이 돼 왔다.

그러다 외교통상부가 올 3월 ‘도서를 반환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버리고 영구대여 방식을 제의하면서 양국 정부는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문화재의 영구적 해외 반출을 금지한 국내법을 이유로 돌려주기 어렵게 되자 우리 정부에 5년 단위의 갱신 대여 방식을 제의했다.

정부는 서울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받기 위해 갱신 대여 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영구 대여를 보장할 수 있는 문구나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프랑스 측에 다시 전달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양국 정부는 5년 단위의 갱신대여 방식에 최종 합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외규장각 도서의 갱신 대여 합의는 한국과 프랑스 정부간의 정치적인 절충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정치적 합의라 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서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간에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반환이라는 명분 보다는 일단 돌려 받자는 실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프랑스 국내법이 영구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다 프랑스 문화계에 반환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기 때문에 갱신 대여로 절충하게 됐다”며 “자동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대여나 다름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돌려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여 방식인 만큼 양국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실무진간에 협의를 진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도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다 내년 7월부터 발효되는 한-유럽 자유무역협정을 앞두고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무엇보다 ‘반환’이 아닌 ‘갱신 대여’ 방식에 반발하고 있는 우리 문화계나 여론을 설득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또 양국 정상이 돌려준다는 합의만 했을 뿐 구체적 반환 시기를 명시되지 않은 점도 향후 실무 협상 과정에서 불씨로 남게 됐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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