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타 요시에 지음ㆍ김석희 옮김
한길사 발행ㆍ전 4권ㆍ각권 2만5,000원
근대 초기의 스페인 화가 고야(1746~1919)의 평전으로, 그동안 나온 여러 고야 전기 중 압권으로 꼽히는 역작이다. 방대한 자료와 생생한 묘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삶과 예술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그가 살다 간 시대의 풍경을 치밀하게 그린다. 오늘날 고야를 기억해야 할 이유를 좀더 분명히 하기 위해 20세기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까지 서술한다. 예술가의 평전이자 유럽 근대사로 봐도 좋은 책이다.
고야의 시대는 음모와 전쟁, 혁명과 반혁명이 휩쓸었다. 무적함대가 이끈 스페인의 전성기가 지나자 프랑스혁명이 전 유럽을 뒤흔들고, 이어 나폴레옹 군대와 영국 군대가 스페인을 짓밟았다. 스페인 민중들은 봉기했지만 처참하게 학살됐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고야는 시대의 증언자가 되었다. 전쟁과 죽음, 인간의 추악함과 야수성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는 고야를 모순적이고 불연속으로 가득찬 인물이라고 말한다. 보수적 화풍을 따르는 출세지향주의자였던 그가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일그러진 세상과 민중의 고통을 고발하는 비판자로 변모하는 과정은 극적이다.
저자 홋타 요시에(1918~1998)는 일본의 저명한 역사연구자 겸 작가. 고야의 자취를 따라 스페인 현지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흩어진 그의 그림들을 일일이 찾아가 보고 썼다. 1998년 국내 번역됐던 것을 해제를 붙이고 본문을 다듬어 다시 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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