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발견> (동녘 발행)은 문화예술, 랜드마크, 친환경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유럽 14개 도시 15곳의 건축물을 소개한 책이다. 건축물 자체의 멋진 디자인이나 첨단 기술보다는 각 건축물이 도시에서 지니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에 더 집중했다. 유럽의>
저자는 한국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 2003년 런던으로 가 도시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정후(41)씨. 내년부터 런던대 지리학과 연구교수로 일할 예정인 김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건축은 동시대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현상까지 폭넓게 반영하기에 유럽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책 맨 앞에 소개한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문화공간 쿤스트하우스는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다. 피터 쿡이 디자인한 쿤스트하우스는 파격적인 외양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진정한 의미는 무어강을 경계로 경제적 격차가 심한 그라츠의 동쪽과 서쪽 지역을 묶는 연결고리가 됐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 김씨의 평가다.
그라츠는 한국일보가 창간 56주년 연중 기획으로 매주 목요일자에 연재하고 있는 '세계의 소프트시티를 가다'에서도 현장 취재로 소개한 도시다. 건축과 도시에 관한 김씨의 생각은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도 넓은 의미에서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책은 영국 리버풀의 앨버트독, 체코 프라하의 댄싱하우스, 포르투갈 리스본의 오리엔테 기차역,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등 다양한 건축물을 소개한다. 김씨는 이 가운데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곳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공원묘지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묘지는 특별한 날 유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찾아가는 혐오시설이지만, 유럽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녹지 공간"이라며 "우드랜드 공원묘지의 경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체험을 위해 디자인됐다는 점에서 더욱 아름답다"고 말했다.
거의 매주 건축 답사를 다닌다는 그는 투어버스 타는 일을 즐긴다고 한다. "퇴직한 선생님이나 지역 노인들이 투어버스 가이드를 하는 일이 많거든요. 그분들로부터 역사책에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죠.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 최대한 현지인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유럽건축 뒤집어보기> 등 건축 관련 대중서를 꾸준히출간해온 김씨는 앞으로 무려 20권의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산업유산의 재발견, 유럽 랜드마크 답사 등 테마까지 이미 정해놓았다. 그는 "유럽이 이렇게 훌륭하니 우리도 따라하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책에서는 한국과의 비교를 철저히 배제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건축> 작가정신이>
"건축은 대중이 깨어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데 우리 건축은 대중과의 소통에 너무 소홀합니다. 인문사회적 관점으로 건축에 접근함으로써 대중과 건축을 연결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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