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들을 따라 서울 G20 정상회의에 동행한 배우자들은 12일에도 고궁과 전통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한국의 멋과 맛을 만끽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한국문화 체험의 첫 코스는 창덕궁. 창덕궁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궁궐 가운데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한 곳으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뛰어나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상 배우자 13명의 창덕궁 나들이는 물속에 돌기둥을 세워 만든 금천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한복을 차려 입은 문화해설사들의 안내에 따라 5분여 동안 낙엽이 수북이 쌓인 궁궐 길을 거닐며 한국의 늦가을 정취에 빠져 들었다.
이어 창덕궁의 중문(中門)인 숙장문에서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이용해 후원 안에 있는 전통 연못 ‘부용지’(芙蓉池)에 도착하자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이들을 맞았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원 7명이 연주하는 대금독주곡 ‘청성자진한잎’과 관현합주 ‘현악영산회상’이 흐르는 가운데 정상 배우자들은 온돌의자에 앉아 연꽃차와 국화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이날 퍼스트레이디들의 관심은 단연 창덕궁 내 연경당 안마당에서 펼쳐진 한복패션쇼에 모아졌다. 형형색색의 한복 24벌을 선보일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Beautiful!’(아름답다) 등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진행된 점심 식사에는 한식이 나왔다. 구절판과 삼색전, 너비아니, 궁중신선로, 은대구구이 등 김 여사가 직접 고른 전통 음식이 식탁에 올랐고, 한국인들이 평소 즐겨먹는 멸치볶음, 김치, 다시마튀각, 명란젓 등이 밑반찬으로 제공됐다.
김 여사는 외국인에게 생소한 구절판이 첫 음식으로 나오자, 옆자리에 앉은 마르가리따 사발라 고메스 델 캄뽀 멕시코 대통령 부인에게 “한국식 타코(멕시코 전통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직접 싸먹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후식으로 제공된 유자화채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조리법을 묻는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오찬이 끝난 뒤 정상 배우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포옹하며 1박2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했다.
한편 김 여사는 지난 8월 넷째 딸을 출산해 이번 G20 정상회의에 동행하지 못한 사만다 캐머런 영국 총리 부인을 위해 유아용 옷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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