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을 단풍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단풍은 10월 초 설악산에서 시작하여 11월 말까지 남하하면서 온 산이 불 난 것처럼 울긋불긋 물든다.
단풍은 나뭇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안토시아닌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나무는 월동준비를 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이 과정에 나뭇잎과 가지(엽병)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고, 뿌리로부터 공급되는 각종 양분이 차단, 엽록소가 파괴되어 카로틴(carotene), 크산토필(xanthophyll)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고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생성되어 나뭇잎이 붉게 또는 노랗게 물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나무일수록 단풍은 더 붉고 아름답다. 몸에 남은 마지막 에너지를 끌어올려 가장 뜨겁게 스스로를 물들임으로써 산 전체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간은 나이가 들어 육신이 늙을수록 정신도 변화의 탄력을 잃고 현실에 주저앉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삶에 대한 집착은 커지고 순교에의 열정은 식어가는 예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씁쓰레하게 목격하곤 한다. 또 그런 변화를 성숙이니 원만이니 하는 식의 단어들로 미화하기도 한다. 물질과 지위와 명성 등 외적 가치들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가을의 붉고 노란 단풍들은 자신들의 노년의 양식(樣式)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인간들을 말없이 꾸짖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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