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 지음
역사의아침 발행ㆍ536쪽ㆍ2만원
동시대 비슷한 환경에서 집권한 최고 권력자들의 통치 스타일과 리더십 비교. 꽤 흥미로운 주제지만, 그만큼 쉽지 않고 반론도 적잖이 따를 작업이다. 대중역사서 저자로 잘 알려진 신동준씨는 에서 조선의 왕과 비슷한 시기에 재위한 중국 명ㆍ청대 황제 10명을 짝지어 집권과 통치, 혹은 몰락의 과정을 비교하는 만만찮은 작업에 도전한다.
조선과 명의 개국조인 이성계와 주원장은 원 말기의 난세에 태어나 ‘맹자’에서 이른 건국의 3요소 중 첫째인 천시(天時)를 얻고 지리, 인화를 더해 대업을 이뤘다. 하지만 근본 없는 빈민 출신인 주원장이 강남의 신사층을 철저히 눌러 막강한 황권을 세운 반면, 변변치 못한 벼슬이나마 조상의 음덕을 입고 창업한 이성계는 고려의 유신을 자처하는 사류를 제압하는 데 실패해 훗날 왕조를 군약신강(君弱臣强)의 무력함에 빠뜨린 붕당정치를 여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조선의 사실상 제1의 창업은 태종 이방원이 이뤘고, “죽는 순간까지 위민정치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세조가 제2의 창업으로 뒤이은 세종과 성종의 치세의 발판이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10쌍의 표제 인물 외에도 여러 군주들을 품평하는데, 왕권을 얼마나 강력히 세우고 지켰느냐가 거의 유일한 잣대다. 예컨대 호학(好學) 군주로 꼽히는 조선 정조와 청 건륭제는 신권세력을 제압하지 못하고 그들과 지혜를 다툼으로써 정작 중요한 국가통치에 실패했다고 평한다. 사실에 대한 논란을 떠나, 역대 왕들의 통치 스타일과 리더십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여주기보다 단선적 평가에 머문 것이 아쉽다. 짝을 이룬 왕들의 비교도 정교한 교직(交織)에는 이르지 못한다.
부록으로 실린 글에서, 이 땅의 역사가 중국처럼 제 민족을 아우르는 ‘더하는 역사’가 아니라 근거없는 순혈주의를 내세워 ‘덜어내는 역사’를 써온 데 대해 반성을 촉구한 대목이 오히려 더 눈길이 간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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