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미 지음
비룡소 발행ㆍ304쪽ㆍ1만1,000원
아버지가 운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일당 2만원을 받으며 학업보다 노동에 열중해야만 하는 여고생 정수선. 그의 유일한 낙은 글쓰기다. 앞날이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 그는 문학 교사 허무식의 지도를 받아 대학이 주최하는 백일장에 도전한다. 글감은 인터넷동호회에서 만난 ‘치타’라는 남자로부터 들은 꿈 이야기. 화장실에 숨어 일수 광고지를 메모지 삼아 까맣게 채워가며 쓴 소설로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문학특기자 입학자격을 따낸다. 그러나 사막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이 소설은 친구를 죽인 치타의 실제 이야기로 밝혀지고, 치타는 경찰에 붙잡힌다.
출판사 비룡소가 주최하는 청소년문학상인 제4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이 작품은 스물여섯 살 신인 작가 이제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이다. 추리소설처럼 심각하고 빠른 전개 속에서도 군데군데 유머가 빛난다. ‘재미’를 변용한 필명처럼,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소설에서) 유쾌하게 비틀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소설 주인공처럼 실제 중학생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백일장 입상 경력으로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대학생 때 아버지가 삼겹살집을 운영했고, 등장인물도 모두 주변 사람들이다. 이쯤 되면 정수선은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작가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10대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고 말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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