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상회담의 핵심 관심사였던 환율과 경상수지 부문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경주 합의에서 더 진전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선언문 내용도 경주 코뮈니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신흥국이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적시한 점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및 상호평가의 일정을 정한 점은 진일보한 부분이다.
우선 환율과 관련, 정상 선언문은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이라는 경주 코뮈니케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되 "환율유연성을 제고하며"라는 문구를 넣었다. 중국 등 환율 변동 폭이 적은 국가에 유연성을 높이라고 권고하는 의미다.
미국 등 선진국이 신흥국에 환율 절상을 요구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가된 문구는 이렇게 간단한 반면, 신흥국 입장에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은 비교적 긴 문장으로 새롭게 추가됐다. 단 "적정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고 변동환율제 아래서 환율 고평가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이라고 제한함으로써 고정환율제를 운영하거나 외환보유액이 과도한 국가, 즉 중국은 이러한 규제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상수지의 '예시적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부분도 경주 선언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수치(GDP의 ±4%)를 명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을 일탈할 경우 '조기경보'를 가동하자는 제안도 구속력이 크게 떨어진 "적기 확인(timely identification)"이란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2011년 상반기 중 경과를 논의"하고 "첫 번째 상호평가를 프랑스 의장국 수임기간(내년 상반기) 중 적절한 시기에 착수"하자며 일정을 명시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구속력이 없는 만큼, 경상수지라는 평가 기준을 통해 각 국가가 대외 균형을 달성하도록 강제하려는 애초의 의도가 상당부문 무색해진 셈이다.
대신 선언문은 글로벌 불균형 시정의 방법으로 경상수지보다 '구조개혁'을 앞세웠다. 흑자국은 대외수요 의존을 줄이고, 국내 성장동력에 초점을 두도록 개혁하고 적자국은 국민저축을 증대하고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라는 내용이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원론적 내용이지만 "세계 경제의 균형성장을 위해서는 환율 조정뿐 아니라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중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의 '금본위제' 발언과 브라질 측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제안 등으로 촉발된 새로운 국제통화체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선언문에 새로 포함됐다.
정상 선언문은 "안정적이고 잘 작동하는 국제통화체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자"며 이를 위해 IMF가 심도 있는 연구를 할 것을 권고했다.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가 다음 회의의 의제로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제시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짧은 문구이지만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후 약 40년 동안 유지돼 온 현재의 달러 본위 변동환율제에 대해 "갈등과 취약점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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