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히 지음ㆍ박홍규 옮김
생각의 나무 발행ㆍ252쪽ㆍ1만3,000원
1910년대는 현대 의료의 역사에서 첫 번째 분수령이었다. 미국에서 환자가 의과대학 졸업자를 만날 가능성이 절반을 넘어섰다. 세균이 없는 물은 설사와 관련한 유아 사망률을 감소시켰고, 아스피린은 류머티즘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며, 키니네로 말라리아를 다스릴 수 있게 됐다.
1950년대는 두 번째 분수령이었다. 의료가 스스로 새로운 질병을 만들었음이 분명해졌다. 의사가 최상의 건강을 부여하는 것처럼 가장됐고,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튜브를 매달고 금속 폐나 기계 신장에 연결된 채로 몇 달 간 생명을 연장하게 됐다. 의료전문가의 독점은 더욱 확대됐고, 현대의료의 부작용은 심화됐다.
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교육철학자 이반 일리히(1926~2002)는 이미 1970년대에 이처럼 의료, 학교, 수송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현대 산업주의적 성장의 한계를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에서 산업주의적 사회의 폐해를 여러 차원에서 비판하고, 거기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일리히는 교육이나 우편, 사회사업, 교통, 토목기술 등 다른 산업적 제도들도 의료와 마찬가지로 2개의 분수령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분수령에서는 새로운 진보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지만, 두 번째 분수령에서는 각 제도의 전문엘리트들이 사회 전체를 착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료 등의 제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 성장하면 그것이 원래의 목표를 그르치게 하고 사회 자체를 위협하므로 그 규모를 반드시 밝혀야 하고, 인간생활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인간활동의 한계도 밝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학교나 교통, 텔레비전 등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향유해야 한다고 보고 ‘절제된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제시한다. 여기서 절제된 사회는 ‘책임 있게 도구(기술적 도구뿐만 아니라 사회제도도 포함)를 제한하는 사회’다. 또 그러한 도구들을 통해 발전을 추구한 결과 초래된 불균형은 과학의 비신화화, 법 절차의 회복 등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했던 30여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 책이 제시하는 산업주의적 성장에 대한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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