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해군 고속정 참수리295호가 어선과 충돌해 침몰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군 정찰기가 추락하는 등 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군은 12일 "낮 12시30분께 전북 임실군 운암면 청운리 박실마을 인근 야산 능선에 공군 RF_4C정찰기 1기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조종석 전방과 후방에 각각 탑승한 김모(31ㆍ학군29기) 김모(27ㆍ공군54기) 대위가 순직했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정찰비행전대 소속으로 오전 11시50분께 경기 수원기지를 이륙해 저고도정찰훈련 임무를 위해 전북 전주시 남방 상공으로 이동하다 낮 12시30분께 갑자기 관제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RF_4C는 대북 군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정찰기로 이날은 저고도로 비행하며 정보수집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탐색구조헬기와 요원을 현장에 급파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며 추락한 동체를 확인하고 조종사 1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RF_4C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고 사고 지점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추락 전 탈출하지 못해 순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군은 김용홍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추락한 RF_4C정찰기는 공군의 주력 정보수집기로 꼽히지만 생산된 지 44년이나 지난 노후 기종이다. RF_4C는 정보수집 업무를 위해 탑재 능력이 우수한 미군의 F_4전투기를 개조했다. 카메라 레이더 적외선탐지장치 조명탄 등 정찰 장비를 장착하고 군사분계선(MDL) 남쪽 상공을 비행하며 북한 지역을 촬영해 정보를 수집해 왔다.
RF_4C의 전신인 F_4는 1964년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해 73년 생산이 중단됐다. 이번에 추락한 정찰기는 66년 생산돼 미군이 운용하다 90년 8월 한국 공군이 주한미군으로부터 도입한 중고 기종이다. 정비와 관리를 매년 철저히 받았다고는 하지만 기체 노후화로 퇴역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RF_4C는 2008년 4월7일에도 강원 평창군 후평리에서 공중 전투 기동훈련 중 추락했다. 공군은 현재도 20여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기뿐만 생산한 지 30년이 넘는 전투기의 추락 사고도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6월18일 강원 강릉기지로 귀환하던 F_5전투기가 동해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졌다. 3월2일에는 강원 평창군에서 F_5 2기가 추락하기도 했다. F_5는 올해 3기를 비롯해 2000년 이후 11기나 추락한 사고 단골 기종으로 1970~80년대 도입됐다.
헬기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3월 3일 육군 500MD헬기가 경기 남양주시에서 추락해 조종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 따르면 육군이 보유한 총 590여기의 헬기 중 41%인 240여기가 운용된 지 30년이 경과해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 사고가 기강이 해이해진 영향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도 이날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이 불안감을 갖고 걱정할 수 있는 만큼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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