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국 체서피크에너지의 텍사스주 이글포트 세일(퇴적암) 유전 개발 지분의 3분의 1을 약 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9월에는 중국 최대 철강회사 안스틸이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 스틸디벨롭먼트와 합작 제철소 설립에 합의했다. 중국의 미 에너지 자원 기업 사냥에 대해 미 의원들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서한을 정부에 보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3일자)를 통해 “중국이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영 기업을 포함한 중국의 기업들은 올해 세계에서 이뤄진 다국 간 기업 인수 거래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업종을 불문하는 중국의 글로벌 기업 사냥은 1980년대 미국의 자산을 싹쓸이하던 일본 기업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경우 중국 국영 석유기업의 해외 인수ㆍ합병(M&A) 규모는 올해 246억달러로 석유와 가스 부문 글로벌 M&A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비중은 2년 전 4%에 불과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막대한 규모의 저축과 외환보유액 등에 힘입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 전체의 해외직접투자(FDI)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기회로 적극적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세계 사냥에 대한 반발 역시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사들이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자원 확보, 첨단 기술력과 노하우 전수, 해외 시장 확대 등 일반적인 배경 외에 정부 차원의 전략적 목표 같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에너지 회사 인수 시도는 곳곳에서 반발에 부딪치고 있고, 중국이 통신장비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통신 보안 등의 문제로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돼 반발을 산다. 과거 해외 기업의 M&A에 호의적이었던 호주와 캐나다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 기업, 특히 에너지 기업을 인수하기 힘들게 하기 위해 각종 장애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전반에 대해 국제 사회가 과도하게 경직된 자세를 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각 국이 우려하는 국방과 전략적 사회 인프라 등에 대한 인수 시도의 경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현지인 채용 확대,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의 현지화 노력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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