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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요양원 참사현장/ "캄캄한 어둠 속 기어다니다 업혀 나와… 마치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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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요양원 참사현장/ "캄캄한 어둠 속 기어다니다 업혀 나와… 마치 생지옥"

입력
2010.11.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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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화마가 할퀴고 간 인덕노인요양센터 1층 내부는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할머니 11명 중 김송이(88)씨를 제외한 10명이 숨진 1층의 방 2곳에서는 그을음과 매캐한 냄새가 뒤범벅이었 다. 벽 바닥 천장 등 방 전체가 검게 타 버렸고 창문 바깥도 불길에 그을려 있었다. 최초 발화 지점인 1층 사무실의 창문도 파손돼 있었고 중앙 복도에 있는 의자와 사물함 등 집기 역시 보기 흉하게 뼈대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리모델링한 이 건물의 바깥은 화재 건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깨끗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탈출한 할머니들은 새벽의 악몽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구조된 지 한참 후에야 참사 소식을 접한 김송이씨는 “다 죽었다꼬? 같이 자던 할매들이. 아이고…”라며 목을 멨다. 2008년 교통사고에 따른 대퇴부 골절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김씨는 숨진 할머니들을 안타까워 내내 흐느꼈다.

김씨는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고 있었는데 새벽에 방과 복도의 불이 꺼지고 목이 따가워 관리원(63ㆍ여)을 부르면서 살게 됐다. 관리원 손에 질질 끌려 탈출하게 된 것이다.

2층에서 자다 소방관에게 구조된 조연화(77)씨는 “앞을 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며 “엉금엉금 방과 복도를 기어다니다 소방관 등에 업혀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박귀란(75)씨도 “캄캄한 2층 방에서 뛰쳐나오다 계단과 벽에 수없이 부딪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상 할머니 가족들은 “끔찍한 기억을 계속 떠올리며 말을 하면 쇼크가 올 수도 있다”며 주위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포항기독병원 세명기독병원 포항의료원에는 뜻밖의 비보를 접한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요양센터와 세명기독병원 등을 방문,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하지만 이날 숨진 정귀덕(78)씨의 아들이자 부상자 조연화(75)씨의 사위인 박태경(46ㆍ포항시 오천읍)씨는 “높은 사람이 많이 왔다 갔지만 사고 발생 6시간이 지나도록 유족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진 장관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 일부 유족은 “아침 뉴스를 보고서야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미리 통보하지 않은 요양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요양센터가 가입한 보험의 보상한도가 너무 적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 건물은 현대해상화재보험에 사고당 1억원의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 이 돈으로 사망자 부상자의 보상금과 치료비 등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보상과는 별도로 건물은 한도 4억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사는 곧 유족대표단 시설운영자와 보상 협상을 할 예정이다.

이 건물은 1973년 준공한 뒤 동사무소로 사용하다 2006년 이모(66)씨가 인수, 리모델링해 이듬해인 2007년 1월부터 요양센터로 바꿨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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