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에 선 한 사내가 표적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한 치의 오차가 메달 색깔을 완전히 바꾸는 탓에 미동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자세를 잡고 천천히 권총을 움켜 쥔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팔과 몸은 정지된 듯 멈췄다. 매서운 눈빛은 오직 한 곳 만을 향한다.
하나 둘 셋. 심호흡을 가다듬고 마음 속 숫자를 센 뒤 한발씩 천천히 이어지는 격발. ‘탕 탕 탕….’ 사격장을 쩌렁쩌렁 울리며 1시간 여 동안 쏜 40여 발은 ‘금빛 명중’에 가까웠다. 훈련이 끝나고 미소를 지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표정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지닌 ‘사격의 신(神)’ 진종오(31ㆍKT)는 그렇게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결전의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12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사격 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인 광저우(廣州) 아오티 사격장.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바로 다음날인 13일부터 수영과 사이클, 유도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메달 경쟁에 본격 돌입한다. 현지적응을 위해 지난 8일 일찌감치 결전지에 입성한 뒤 흘려온 굵은 땀방울을 알찬 결실로 맺을 날이 코 앞으로 다가온 것.
특히 진종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길 유력한 후보로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기대와 관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이변이 없다면 13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남자 50m 권총 결선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빛 과녁’을 일군 그 종목이다. 진종오는 “금메달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목표를 위해 훈련을 열심히 해 왔다”고만 짧게 말했다.
진종오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변수가 많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격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자기관리로 꾸준히 정상권을 사수해온 그가 유일하게 시상대 꼭대기에 서지 못한 대회가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10m 공기권총 개인전 동메달, 50m 권총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뒤 도하에서는 공기권총에서 중국의 탄종량(39)과 북한의 김정수(33)에 밀려 동메달을 따내는 데에 그쳤다.
진종오가 첫 우승 갈증을 풀기 위해서는 라이벌들을 넘어서야 한다. 탄종량은 중국 대표팀의 세대교체로 2년 만에 돌아왔다.
특히 김정수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50m 권총 결선에서 진종오에 0.2점 간발의 차로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북한 최고의 명사수. 그러나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2년 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사격에서 남북 첫 금메달 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변경수 대표팀 감독은 “마지막으로 진행된 50m 권총 훈련은 비교적 괜찮았다. 다만 실전에서 금메달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도 “(종오가) 끈기와 집중력이 뛰어나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14일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10m 공기권총에도 출전한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 부문 은메달을 땄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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