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 '모자(母子)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준호(61)씨와 어머니 배병희(84)씨 및 그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20억원 이상의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임영호)는 11일 남파 간첩인 숙부의 월북을 돕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수년간 수형생활을 한 이씨와 배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모두 8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85년 사건발생 이후 25년간의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이들이 보상받는 금액은 20억원 이상이 된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이씨를 구둣발로 짓밟고 이씨의 얼굴에 비상손전등을 오랫동안 비춰 잠을 못 자게 한 상태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게 했으며 이씨가 말을 잘 하면 어머니를 내보내주겠다고 회유했고, 배씨에게는 미리 써놓은 진술서를 베껴쓰라고 하는 등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들 모자가 지난해 7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기 전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와 배씨는 1972년 3월 경기 강화군 자택에서 남파 간첩인 숙부 이한수씨를 만나 사상교육을 받고 그의 입북을 도운 뒤,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과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 받고 만기 복역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이씨의 고향인 인천 강화군 양도면 노고산 해안에는 이곳 해병부대가 이씨의 간첩 혐의가 적힌 '과거 적 침투 사례'라는 표지판을 세웠다가 그 해 8월 급히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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