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1일 서울 회담은 12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최대 의제인 환율문제에 대한 전초전이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대변인은 이날 회담 후 "80분간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은 대부분 환율정책에 대한 의견교환과 내년 1월 예정된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 앞서 양국관계 개선방안에 할애됐다"고 밝혀 환율문제가 주의제였음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중인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차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먼저 제기했으며 중국이 환율 결정에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국과 같이 북한과 우방관계를 유지한 나라들이 남한에 대한 도발적 행위를 자제하도록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후 주석에게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인권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중국 환율제도 개선을 위한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경제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여건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전제를 달아 미국의 압력 때문에 환율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후 주석은 미국의 최근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거론하며 "미국은 환율정책을 결정할 때 신흥국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미국의 환율정책의 불공정성에 대해 역공을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미ㆍ중 양국은 강력한 경제균형과 경제성장의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핵보유국으로서 양국이 핵확산 방지에 공동 노력해야 한다"며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환율 문제가 양국의 유일한 의제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후 국가주석은 "미중 양국 현안과 국제 현안들에 대해 중국은 양국관계 강화를 위해 긍정적이고, 협조적이며, 집중적으로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미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고 화답해 회담이 화기애애할 것처럼 보였으나 막상 회담이 시작된 후 양 정상은 거침없이 민감한 주제를 거론했다.
올 들어 세번째 모두 일곱번째인 오바마 대통령과 후 국가주석의 만남은 직전까지 서로 상대국의 환율정책 등을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비난전을 벌여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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