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이 간화선 세계화를 위해 추진해온 국제선센터가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모습을 드러냈다. 380억원을 들여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세운 국제선센터는 조계종 총무원이 직영하는 첫 전문 선원으로, 도시 직장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 수행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야심작이다.
15일 정식 개원을 앞두고 가본 국제선센터는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로 전통과 현대 양식이 어울려 웅장했다. 총면적 2,110㎡(638평)에 연면적 1만600㎡(3,206평). 설계자인 김개천 국민대 교수는 황룡사 9층 목탑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도심 아파트촌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대형 목탑을 닮은 건물의 외양부터 눈길을 끄는 요소다.
맨 위층인 7층에 자리잡은 금차선원(今此禪院)은 국제선센터의 핵심 시설이다. 금차는 ‘지금, 여기’라는 뜻. 선원장 효담 스님은 “‘지금 이 순간 허상을 벗어나 깨어있는 삶’을 뜻하는 말”이라며 “멀리 지방의 사찰을 가지 않더라도 한국 간화선의 진수를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선원은 지난 1일부터 개원했는데 참선수행반에 회원 100여명이 가입해 원하는 시간에 수행하고 있다. 월 회비는 10만원. 새벽 5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되는 금차선원은 평일에는 회원들만 정진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된다.
5층은 템플스테이 시설. 2~3인용 9실, 여러 명이 묵을 수 있는 대중방 3실 등 한꺼번에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숙소다. 선센터는 템플스테이와 선수행 등을 함께 묶어 1박2일~6박7일형 간화선 집중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거류 외국인을 적극 유치해 한국 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17년째 출가생활을 하고 있는 폴란드 출신 원통 스님이 국제업무를 맡았다.
이밖에 전통 연 만들기, 선무도, 불화 그리기 등의 전통문화체험관, 사찰음식전수관 등도 조성됐다. 금차선원에서 수행 중인 오태관(58)씨는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살고 있는데 1년에 두 번 정도 선 수행을 위해 한국에 온다”며 “국제선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도심이라 접근성이 좋고 시설도 훌륭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효담 스님은 “논리를 중시하는 외국인을 위해 초기불교의 논리와 분석을 동원해 강의와 토론을 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 정신문화의 세계화를 이끌 중심 도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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