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결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낸 뒤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통상장관이 논의했으나 세부적 사항을 협의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막판에 쇠고기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자고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다가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에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셈이다.
한미 FTA는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2007년 4월 협정 체결 이후 3년 이상 표류해온 FTA를 굳이 G20 정상회의에 맞춰 무리하게 타결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바람에 밀실협상, 졸속협상 의혹을 부풀린 상태에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타결될 경우 국민과 야권의 반발 등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컸다.
우리는 이번 추가 논의의 형식이 '재협상'이든 '조정'이든 관계없이, 협상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협상에서 일방적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선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 등을 낮춰 주더라도 우리측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며 '퍼주기 협상'을 정당화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에 예외를 인정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더욱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안전 및 환경기준을 완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기존 FTA 협정은 양국 정부가 오랜 논의 끝에 '이익의 균형'을 맞춰놓은 것이다. 미국에 불리한 내용도 있지만, 우리에게 불리한 독소조항도 많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 부문을 FTA의 최대 성과로 꼽았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타결 선언을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리 없다. 통상 당국은 몇 개월 더 여유를 갖고 불평등 협정이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기 바란다. 미국도 쇠고기 문제와 FTA 추가 논의는 별개라는 점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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