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추가협상 타결실패가 완전 결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양국은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협상팀을 미국에 보내주기로 했다”고 밝힌 것처럼, 다음 협상은 미국에서 열릴 전망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길고 지루한 FTA공방을 빨리 끝낸다는 방침.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며칠 또는 몇 주 내로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지으라는 양국 정상의 지시가 있었다”며 “이번 주말 정상회담이 끝난 뒤 다음주부터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쉬지 않고 협상할 것을 지시” 등 양국 정상의 표현을 감안하면, 비록 시한은 정하지 않았지만 올해를 넘기지 말자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타결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협상실패 이유가 다름아닌, 바로 쇠고기였기 때문이다. 촛불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국내 여론형성에 쇠고기가 갖고 있는 강한 폭발력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운신폭이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쇠고기 문제가 불거져 정상회담에서도 협상을 타결을 짓지 못한 만큼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역시 한번 꺼낸 쇠고기 카드를 그냥 접을 수는 없는 상황. 쇠고기는 미국에서도 우리만큼이나 예민한 이슈인 탓이다. 쇠고기에 예민한 한국 정부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미국 협상단이 막판에 이 문제를 걸고 나온 데에는, 미 의회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관계자는 “미국은 의회가 통상정책의 입안에서부터 협상과정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나라”라며 “더구나 행정부(민주당)가 중간선거에서 패한 만큼 의회의 뜻을 거슬러 일을 추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이 상당기간 동안 평행선을 달려 FTA가 장기 표류할 경우, 추가협상이 아니라 재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굴욕협상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야권이 비준거부의사를 굳힌 만큼, 정부도 아예 ▦투자자-국가제소권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등 기존 협정의 독소조항들에 대한 개정을 공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FTA 타결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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