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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우리는 얼마나 큰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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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우리는 얼마나 큰 나라인가

입력
2010.11.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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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88서울올림픽 현상공모 당선작인 이 구호는 간명하고 알기 쉬운 단어에 한국인들의 마음과 바람을 담았다. 그 뒤 올림픽 성공 개최를 계기로 한국인들은 세계화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향하게 됐고,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사고의 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일이며 남의 눈과 세계적 표준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기제였다.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지만

그 이후 22년 만에 한국은 '단군 이래 최대 외교행사'라는 G20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 G20의 슬로건이지만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처음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신흥개발국가가 회의를 개최한다는 점, 아시아에서는 최초라는 점이 우리의 자랑이다. G20회의로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김황식 국무총리의 말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에서 중간자이다. 국제통화기금 등 여러 세계적 기구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우리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평가는 개발도상국 56.9%, 선진국 34.3%로 집계됐다(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조사). 아마 이런 정도가 맞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다.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G20회의에 관한 해외의 논평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 행사를 한국인들이 성인식(Coming-of-age party)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 부여(AFP통신)다. 반대로, 많은 한국인들은 자신의 나라가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진단(뉴욕타임스)도 재미있다. 한국인들은 자국이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가 됐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적 기적과 민주주의를 일군 나라, 가난과 독재의 굴레를 벗고 세계 최고 수준인 광대역 통신망, 정보기술 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나라다. 한국에서 살다가 외국에 나가 보면 오히려 우리의 크기를 알고,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된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지금 중간이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눈부시게 발전한 정보기술 산업을 아름답게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도덕률과 표준이 빈약하다. 대통령이 굳이'공정한 사회'를 외쳐야 할 만큼 공정을 실현하는 것도 갈급하다. 부패도 문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최근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5.4점으로 작년보다 0.1점 떨어져 178개국 가운데 39위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럴 듯한 하드웨어 속에 볼품없거나 잘못되고 값싼 소프트웨어가 채워져 있는 형국이다.

12일 발표될 G20회의의 서울코뮈니케에는 부패 척결에 관한 내용이 명문화될 것이라고 한다. 특정 국가 내부의 부패가 자본ㆍ상품의 이동을 가로막거나 흐름을 왜곡하는 일종의 비관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가 당연히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스스로 점검하고 고치는 계기

G20회의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자랑은 역시 삼가야 한다. 회의 성공을 무엇으로 계량할 수 있을지도 애매하다. G20회의의 파급효과가 24조원이니 31조원이니 하는 계산도 그렇지만, 현재 19위인 국가 브랜드 순위가 2,3단계 올라갈 것이라는 추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환율문제에 대한 합의는 예상대로 매우 어렵다. 한국이 개발한 의제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개발도상국 경제개발에 대한 실질적 합의만 이루어진다 해도 성공이라 할 것이다.

G20 서울회의는 우리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다시 인식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있는 나라인지 늘 재보고 평가하고 고쳐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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