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공연을 하면 유대인도, 아랍인도 다 모여요. 예루살렘에 있는 음악원 아발사에 가봐도 두 민족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해요.”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한 지휘자 주빈 메타(64)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공동의 장이 많아지면 중동의 평화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11일 오후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타는 방콕, 상하이를 거쳐 10일 도쿄에서 가진 공연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의 협연 등 이번 공연에 대해 소개하며 의욕을 과시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백씨의 요청으로 연주하는 것인데, 나로서는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한국 팬들에게 들려주게 돼 기쁩니다.”
1998년 이후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이스라엘 필하모닉에서 메타는 1981년부터 종신 음악감독으로 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우리의 실질적 힘은 기부에서 나온다”며 “재정 등 운영은 물론 프로그램 구성까지 일체 단원들의 자발성에 맡긴다”고 말했다.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빈 국립아카데미에서 수학한 그는 27세이던 1963년 LA필하모닉을 지휘하며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1968년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인연을 맺은 후 지금껏 3,000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최근 그는 클래식 교육자로서의 행보로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아랍인들이 많이 사는 이스라엘 북부의 2개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한다”며 “내년 3월에는 봄베이로 가 음악학교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젊은층에서 클래식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고비용 때문”이라는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젊은층을 위해 ‘청바지(Jean) 시리즈’ 등 기획 공연을 만들고 공연 후에는 디스코 타임을 마련하는 등 대중에 다가서는 클래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타는 “이번 무대의 레퍼토리는 19세기와 20세기가 혼합돼 기름과 물을 한 데 섞은 양상이지만 한국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라며 “기회가 닿는다면 북한 공연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13일 세종문화회관,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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