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담뱃갑에 관에 안치된 시신, 아기에 연기를 뿜는 엄마, 목에 구멍이 뚫린 채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사진을 넣는 독한 처방을 강행한다.
10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담뱃갑에 경고문구와 함께 부착할 경고그림 또는 사진 시안 36개를 발표, 담뱃갑 앞뒷면 절반을 채우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10월부터 이런 경고그림이 부착되지 않은 담배는 판매가 금지된다. 지면에 광고를 할 경우에도 20% 정도 크기의 경고그림을 넣어야한다. FDA의 이번 조치는 흡연자들 담배를 사면서 위험성을 자각하도록 크고 새로운 경고표시를 하도록 한 새 담배광고 규제법안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은 1984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흡연은 폐암 심장질환 폐기종을 유발하며 불임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등 4개의 경고문구만 담뱃갑에 표기하면 됐는데, 흡연율 감소에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집계된 미국 성인 흡연율은 20.6%로, 4,660만명에 달한다. 청소년 흡연문제도 심각한데 고등학생의 19.5%에 해당하는 340만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매일 1,000명의 청소년들이 정기 흡연자가 되고 4,000명이 처음 담배를 접하는데, 전문가들은 그림경고 조치가 기존 흡연자보다는 새로운 흡연자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매년 미국에서 흡연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44만여명으로, 치료비용만도 960억달러에 달한다.
FDA는 이번에 공개한 후보 그림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흡연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거쳐 내년 6월까지 최종적으로 9개를 선정할 방침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2000년 캐나다가 가장 먼저 시작, 현재 호주 브라질 인도 이집트 등 30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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