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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1> 머리 열지 않는 뇌수술로 뇌졸중 예방하는 '뇌졸중 뇌혈관내 수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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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1> 머리 열지 않는 뇌수술로 뇌졸중 예방하는 '뇌졸중 뇌혈관내 수술팀'

입력
2010.11.1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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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간 윤모(70)씨는 동생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 마음에 걸려 현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아니나다를까 윤씨의 뇌혈관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동맥류가 2개나 발견됐다. 미국 현지 병원에서는 윤씨가 고령인데다 뇌동맥류의 꽈리 모양이 기형적이라 수술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윤씨는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는 같았지만 병원측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 병원은 머리를 열지 않고 뇌동맥류를 수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어렵고 복잡한 뇌동맥류 시술 성공률 높아

뇌동맥류란 뇌혈관의 벽이 꽈리처럼 부풀면서 흐물흐물 늘어지는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동맥에 의해 계속 압박되면 풍선처럼 부풀다가 결국 터지게 된다(뇌출혈). 뇌동맥류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한데, 예전에는 두개골을 열고 뇌를 젖혀가면서 뇌동맥류가 있는 곳을 찾아내 클립으로 묶는 대수술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뇌동맥류 안에 백금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코일색전술'이 쓰이고 있다. 샅(서혜부) 옆 대퇴동맥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부드러운 도관을 삽입하고, 백금코일을 집어넣어 뇌까지 밀어 올린 다음, 뇌동맥류 부위에 전기를 흘려 부풀어 오른 부분을 메우는 방법이다. 머리를 여는 수술은 중환자실과 병실에서 보통 1주일 이상 입원해야 하지만,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열지 않으므로 시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권오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윤씨의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멀티플 카테터를 이용한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 시술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퇴동맥에 도관을 1개만 삽입하는 기존 시술과 달리, 이번 시술은 2개의 도관을 넣고 백금코일 2개를 섞어 부풀어 오른 혈관을 메우는 방법이다.

권 교수는 2003년 세계 최초로 멀티플 카테터를 이용한 코일색전술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500여 차례의 수술에 성공했다. 윤씨는 시술 받은 바로 다음날 퇴원했고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권 교수는 "뇌동맥류는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 수술 난이도가 크게 차이 나는데, 카테터를 2~3개 동시에 넣어 시술하면 꽈리 모양이 기형적이더라도 정상 혈관을 해치지 않고 시술할 수 있다"며 "우리는 뇌동맥류 시술의 75%를 머리를 열지 않는 코일색전술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시술하는 멀티플 카테터 수술법은 세계신경인터벤션학회에서 초청받아 강연할 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안정성을 인정을 받고 있다.

뇌혈관내 수술로 '뇌졸중 예방시대' 열어

뇌혈관질환에는 코일색전술을 비롯한 뇌혈관내 수술법이 적용된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을 비롯한 뇌의 중요한 혈관이 좁아지면 스텐트로 넓혀 주기도 하고, 완전히 막힌 혈관에 약물을 직접 투여해 혈전을 녹이거나 미세 기구를 넣어 혈관을 뚫기도 한다. 경동맥 협착증이 있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1년 이내에는 20%, 5년 이내는 50%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경동맥 경화증을 치료하려면 전신마취 후 막힌 혈관을 절개해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좁아진 경동맥에 스텐트를 넣어 넓혀주는 시술을 한다. 덕분에 경동맥 경화증 치료가 한결 수월해졌다.

팔다리 마비와 언어장애 등을 동반하는 급성 뇌경색에도 뇌혈관내 수술이 유용하다. 혈전용해제는 증상이 생긴 뒤 3시간 이내 정맥 주사해야 하지만 뇌동맥을 통해 막힌 부위에 혈전용해제를 직접 투여하면 8시간이 지나도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측은 지금까지 350여명의 급성 뇌졸중 환자에게 뇌혈관내 혈전용해술을 시행, 혈관 재개통률이 85%에 이를 정도로 치료성과가 우수하다고 밝혔다. 국내 처음으로 혈전이 망막 혈관을 막아 실명에 이르는 눈중풍(망막중심 동맥폐쇄증)에 뇌혈관내 혈전용해술을 시행해 성공하기도 했다.

전에는 뇌혈관이 터지면 두개골을 열어 수술하는 수밖에 없었고, 뇌혈관이 막히면 이미 발생한 뇌경색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는 약물치료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뇌혈관내 수술법으로 절개 없이 미세도관을 삽입해 출혈과 경색이 발생한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게 돼 뇌조직이 손상되기 전에 단시간에 혈관을 뚫어줄 수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뇌경색 치료가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어적 치료라면 뇌혈관내 수술은 뇌신경 손상을 막는 적극적 치료인 셈이다.

금식 없이 하루 만에 뇌혈관 조영술 가능, 학계 입증

이 밖에, 분당서울대병원은 뇌혈관내 수술을 위해 시행하는 뇌혈관조영술 검사에 금식 조항을 없앴다. 2박3일 입원에다가 24시간 금식 후 시행하던 뇌耽?검사를 2006년부터 금식 없이 하루 만에 할 수 있도록 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여 건 이상이 금식 없이 검사를 시행했고, 그 안전성에 대해 발표한 논문이 내년 미국신경방사선학회지에 실릴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 뇌혈관내 수술팀은 2003년 처음 수술을 시작한 이래, 1만여 건의 뇌혈관조영검사와 3,000여 건의 뇌혈관내 수술을 시행했으며, 뇌동맥류의 75%, 경동맥 협착증의 95%, 경막동정맥기형의 95%를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시술 실적이다. 치료 실적 또한 우수하다. 뇌혈관 조영검사는 중대 합병증 발생률이 0%이고, 뇌혈관내 수술은 1% 미만으로 합병증이 생겼다. 선진국에서 합병증 발생률이 각각 2% 내외, 5% 내외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다.

권 교수는 "뇌혈관내 수술을 통해 뇌졸중 예방 차원의 치료가 가능하므로 앞으로는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힌 뒤에 치료하는 환자보다 조기검진을 통해 뇌혈관의 이상을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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