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과정에서 철저히 ‘음지’를 지향하는 통상 당국의 불투명한 태도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협상 타결은 임박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한미 정상회담(11일)이라는 마감 시간에 쫓긴 정부가 아무런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추진하면서 밀실 협상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FTA 협상 타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10일까지 ▦’쇠고기가 문제다’ ▦’자동차가 더 문제’라는 식의 상반된 추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통상당국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이 통상 당국이 아닌 다른 정부 관계자를 통해서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9일 언론 브리핑에서 “쇠고기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10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미국은 차제에 쇠고기 문제도 협의하기를 요청하는 게 사실”이라며 180도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제대로 알리기보다는 숨기려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언론의 요구에 밀려 마지못해 열리는 부정기 브리핑도 부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질문을 두 개만 받고 일방적으로 브리핑을 끝내버렸는데, 그나마 내놓은 답변은 “말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9일 브리핑은 김 본부장 대신 최석영 FTA 교섭대표가 나섰는데, 그 역시 5분도 안 돼 부랴부랴 브리핑장을 떠나 버렸다. 10일엔 아예 브리핑 자체가 없었다.
사정이 이러니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상황. “밀실 협상이자 퍼주기 협상”이라는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협상 태도로 FTA 비준 거부 움직임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전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안장벽을 설치해 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세에 대해 줄곧 수동적이었던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FTA를 맺은 멕시코가 30개월 미만을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했는데, 우리도 그런 점을 내세워 오히려 30개월 미만을 영구 조건으로 내걸었어야 한다”며 “마땅히 요구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서 마치 엄청난 걸 ‘지켜낸’듯이 포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