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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초능력자’초능력은 솔깃한데, 관객 마음까지 뜻대로 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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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초능력자’초능력은 솔깃한데, 관객 마음까지 뜻대로 하기엔…

입력
2010.11.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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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으로도 자기 수족 부리듯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허름한 전당포를 찾아 주인의 혼을 빼놓은 뒤 거액의 현금을 훔쳐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사람들을 옥상에 올려놓고 스스로 뛰어내리게 할 수도 있다. 총을 든 경찰도 원격조종 로봇처럼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아마 이런 신비로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 세상의 숨은 지배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정의감과 복수심에 불타 초능력자를 집요하게 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국내에선 아주 드물게 초능력을 앞세운 ‘초능력자’는 소재만으로도 흥미롭다. 관객(특히 여성)을 극장으로 끌어당길 배우들의 자기력도 충무로 최고다. 두 꽃미남 배우 강동원과 고수의 캐스팅만으로도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라는 호기심을 부추긴다.

초인(강동원)의 등장부터 남다르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스스로 목을 부러뜨려 죽게 만든 초인은 초능력에 의지해 호텔 등을 떠돌며 홀로 살아간다. 이주노동자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인간성 만점의 규남(고수)을 맞닥뜨리기 전까지 초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외진 전당포에 취직한 규남은 어느 날 초능력으로 사장(변희봉)의 목숨까지 빼앗는 초인의 범죄행각을 목격한다. 칼에 등을 찔리고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별스런 능력을 지닌 규남과 초인의 초반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다. 규남을 잡기 위해 초인이 동원한 사람들이 좀비처럼 집단으로 행동하는 장면은 섬뜩하다. 초인의 의지대로 건물 상층에서 마구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길을 잡는다. ‘성님’ ‘형’ 등의 한국어를 능청스레 구사하는 두 외국인 배우의 활약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검은 피부의 외국인 입에서 흘러나오는 충청도 사투리와 벽안의 입을 거친 또렷한 발음의 서울 말투는 너무나 유창해서 웃긴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진다. 중거리 선수가 별다른 연습 없이 마라톤을 뛰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초능력이 다양하지 못해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캐릭터와 이야기가 단조롭기 때문이다. 김민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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