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페스티발’의 한 장면. 마음만은 짐승남인 주인공 장배(신하균)는 여자친구의 직장동료인 서양인에게 신체적 열등감을 느낀다. 경찰인 그는 순찰을 돌다가 무단횡단하는 서양인을 보고선 열등감이 폭발해 끝까지 그를 쫓아가 단속을 한다. 거칠고 매너 없고 입에 욕이 붙은 그는 순찰차를 타고 과속을 일삼기도 한다. ‘크기’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수술을 하고선 태연스레 그 사실을 말한다. “정말 비호감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 한국영화 속 공권력이 무기력을 넘어서 찌질하거나 무능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과거에도 검찰과 경찰이 바르고 깨끗하기만 한 존재로 비쳐지진 않았지만 주인공들은 대체로 최소한의 법질서를 지키거나 마지막 자존심으로서의 정의감을 보여왔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이 대표적이다. 자기 멋대로이고 자잘한 비위도 있는 인물이지만 절대적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살인의 추억’은 독재시대 공권력의 공백에 따른 비극을 다뤘지만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열의는 뜨겁게 전했다.
9일까지 159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 ‘부당거래’는 경찰과 검찰의 한심하면서도 부당한 모습을 담은 대표적인 영화다. 경찰 수뇌부가 국면전환을 위해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조작하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스폰서에게 한 상 거하게 대접받던 검사 주양(류승범)이 심기가 뒤틀려 내뱉는 말은 양아치 수준이다. “태경 센터 한번 까드려야(조사해야) 내가 뭐 하는 놈인지 아시겄어~?”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형사 최철기(황정민)가 던지는 대사 “잘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는 일이다 믿는 거지”는 공권력을 수행하는 주체들에게 과연 정의감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 들게 한다.
11일 개봉하는 ‘초능력자’는 경찰의 무능을 에둘러 표현한다. 전당포 직원인 규남(고수)이 천신만고 끝에 초능력을 지닌 범인(강동원)을 잡아 경찰에 넘기지만 그들은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초능력자가 자신의 고향집을 수색하러 온 형사들의 뇌를 조종해 그들을 하수구로 투신시키는 장면엔 경찰에 대한 짙은 불신이 깔려있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공권력에 호감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믿는 관객들의 불만이 스크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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