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기관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경제효과를 산출한 보고서를 보면 실소가 절로 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의 경제효과를 쏘나타 자동차 100만대,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21조5,500억~24조6,4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국제무역연구원)는 31조2,700억원으로 그 효과를 더 키웠다. 협회는 한 술 더 떠 G20 국제공조 성공이 2009~2010년 우리 경제에 기여한 효과가 총 419조5,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242만 명으로 추정했다. 최근 2년간 G20 공조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 셈이다.
■ 이런 천문학적 경제효과를 산출한 근거는 무엇일까. 행사 자체의 직접효과는 1%도 안 되고 99%는 간접효과다. 참석자들의 숙박 쇼핑 등 소비 지출과 이를 둘러싼 산업연관 효과가 1,023억(삼성경제연)~2,667억원(무역협회)이고, 나머지는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 국가신용도 상승에 따른 해외자금 조달비용 절감효과 등을 더한 것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로 얻은 국가브랜드 홍보효과가 7조원으로 추정됐는데, 20개국 정상과 각료 등이 참가하는 이틀 회의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한 달 일정의 지구촌 축제보다 서너 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 국가브랜드 향상 및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 등을 정확히 계량화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G20 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북핵 리스크 등이 상쇄될 경우'라는 등의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성공적 개최'의 기준은 어찌 잡을 것이며, 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렸다고 해서 수출이 전망대로 수십 조원씩 늘어나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코 앞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정확히 맞히지 못하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중ㆍ장기 가상 시나리오를 보고서라며 내놓는 용기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국내외 주요 이벤트 때마다 경제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에 따른 경제효과는 20조2,000억원,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경제효과는 35조6,000억원,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발표된 경제효과를 모두 합치면 우리나라는 진작 선진국 문턱을 넘었어야 했다. 현실성 없는 숫자 놀음으로 국민 기대감만 키우는 작태는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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