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4월까지 인도양은 고요의 바다이다. 계절풍(몬순) 영향으로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우기가 끝나고 파도가 잔잔해지는 건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인도양이 잠잠해지면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바쁜 시기가 도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해적감시단체 에코테라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들이 납치해 아직 풀어주지 않은 선박은 25척에 인질수만 500명을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20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상실한 소말리아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해적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해적사업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고 인질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지난 4월 납치한 한국의 삼호드림호 선원들을 지난 주 석방하면서 인질 몸값으로 약 1,000만달러를 받아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 거래로 해적 1인당 15만달러 가량을 배당 받아야 하지만, 대다수가 우두머리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어 실제 배당액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규모 조직을 갖춘 우두머리들은 받은 몸값으로 무기를 구입, 조직을 소규모 군대로 무장시키고 있다. 실제 삼호드림호로부터 받아낸 돈도 무기구입에 상당 부분 쓰여질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사업이 활황을 타면서 해적들이 출몰하는 지역과 대상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아프리카 해안을 중심으로 활개치던 해적들이 인도양 건너 인도 인근까지 진출하고 있다. 유조선, 상선 등 대형 선박이 주된 납치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항해중인 소형 요트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 샤바브도 최근 해적조직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해군은 지난 주 요트로 항해도중 납치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원 3명을 알 샤바브 조직이 장악한 해안도시 바라와에서 구출하기도 했다.
해적 행위를 적발해도 처벌이 쉽지 않은 것 역시 문제다. 소말리아에 인접한 케냐 법원은 최근 해적질을 한 혐의로 기소된 9명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석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국가의 관할지역 바깥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기소할 수 없다는 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였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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