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3% 감소한 20조6,107억원을 편성했다. 서울시가 예산을 전년보다 줄여 편성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1년만이다.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데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잇달아 긴축재정 운용계획을 마련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행사경비ㆍ홍보비 축소
시는 내년 예산에 일반회계 14조4,600억원, 특별회계 6조1,507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취득세(등록세도 포함)는 5,187억원 줄어드는 반면, 지방소득세는 4,419억원 늘어나 시세는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9,800억원어치 발행했던 지방채를 내년에는 발행하지 않아 전체 예산 규모는 감소했다. 김상범 시 기획조정실장은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경제 여건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적극재정 운영 기조에서 긴축ㆍ균형재정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공무원 인건비를 5.1% 올리고, 지방채 6,0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라 사업비는 올해보다 다소 줄었다. 사회복지 부문에 올해보다 6%(2,492억원) 늘어난 4조4,296억원을 편성했다.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항인 학교폭력ㆍ사교육ㆍ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 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복지 예산을 지난해보다 468억원(47.9%) 늘어난 1,445억원을 편성했다. 학습준비물비 지원에 52억원, 학교보안관 지원에 144억원, 방과후학교 활성화에 83억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대에 67억원을 배정했다. 학교보안관은 모든 국공립 초등학교 547곳에 학교당 두 명씩을 배치하고, 학습준비물 지원비는 전체 공립 초등학교에 지원된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95개교에서 155개교로 확대 배치된다.
반면 환경보전과 산업경제, 주택 및 도시관리 등 나머지 부문은 대부분 예산이 줄었다. 행사ㆍ축제성 경비를 43.8%(359억원), 홍보ㆍ간행물 예산을 19.4%(89억원) 줄여 감소폭이 특히 컸다.
시의회와 충돌 예상
이날 발표된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이 주축이 된 시의회는 "시민 요구와 의회를 무시한 예산"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김생환 의원은 "시는 사회복지비가 2,492억원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국가 시책이나 법률상 규정된 의무 지출이 늘어난 것이며, 서울시 자체 지출은 오히려 836억원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시의회와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오 시장의 핵심 정책들도 예산안에 반영돼 심의과정에서 충돌이 우려된다. 시는 서해뱃길사업에 752억원, 한강예술섬 사업에 406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시의회는 두 사업을 포함해 아리수 홍보강화 사업 등을 시급하지 않은 사업으로 규정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예산 삭감은 서울시 동의 없이 시의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시는 최대 쟁점 사안인 무상급식 예산을 일단 반영하지 않았다. 대신 급식지원 대상을 올해 소득 하위 11%에서 16%로 확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278억원을 배정했다. 시 관계자는 "무상급식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예산안이 조정되지 않겠냐"고 여지를 남겼다. 시의회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으로 1,162억원을 편성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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