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공산당이 내년 4월, 14년 만에 개최하는 당대회에서 이중환율제 폐지, 사유재산 매매방안 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모색한다. 사회주의와 1당체제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 근본적인 변혁이 있을 전망이다.
AP통신은 10일 쿠바 공산당이 지방 당원들에게 배포한 32쪽짜리 보고서를 입수, 4월 당 대회에서 논의할 안건들을 보도했다. 쿠바는 달러와 쿠바 페소의 가치를 거의 1대1로 고정시킨 외국인 전용의 태환(兌換) 페소와 국내에서 통용되는 일반 페소를 별도로 운용하는 이중환율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제도의 폐지가 논의된다. 고정환율제가 쿠바 시장의 국제화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들이 자산을 사고 팔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유재산을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앞서 8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내년 4월 (쿠바의) 운명을 좌우할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 대회는 5년마다 한번씩 개최돼야 하지만 지도부 교체와 경제위기로 1997년 이후 계속 미뤄져 왔다. 일정을 4월로 잡은 것은 50만명의 공무원 1차 해고가 3월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앞서 쿠바 정부는 공무원 100만명 감축, 자영업 허가 25만건 등의 방안을 이미 발표했다. 쿠바 공무원들은 월급으로 20달러만 받지만, 무상교육ㆍ무상치료ㆍ무료주택 등의 혜택이 있으며 조직 내 경쟁체제가 없어 비효율과 무능함이 팽배해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돼 왔다.
내년 당대회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당 지도부에서도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4세의 카스트로는 2006년 동생 라울에게 의장 자리를 일시적으로 물려준 상태이지만 건강문제로 라울이 계속 국정을 맡고 있다. 카스트로가 당 지도부에서도 퇴진할 경우, 쿠바 혁명 1세대들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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