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 과정에서 사용된 대포폰을 개설한 청와대 최모 행정관의 공모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검찰이 최 행정관 본인 명의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하려 했으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무산됐던 것으로 9일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8월 최 행정관이 증거인멸에 관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가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에게 빌려준 대포폰은 물론, 본인 명의의 휴대폰에 대해서도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본인 휴대폰 부분에 대해선 "범죄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최 행정관은 증거인멸이 이뤄진 7월7일 대포폰을 개설한 뒤, 이를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를 의뢰하러 가는 장씨에게 빌려줬다가 당일 저녁 돌려받았고 다음달 초 해지했다. 그 사이에는 증거인멸을 지시한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이 대포폰으로 통화를 몇 차례 하기도 했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대포폰 외에도) 최 행정관과 관련된 다른 휴대폰에 대해서도 더 보고 싶었으나, 못 본 부분이 있다"며 "수사상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게 있다"고 밝혔다. 최 행정관 본인의 휴대폰과 대포폰이 어떻게 달리 이용됐는지는 통화내역을 봐야 알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 행정관이 또 다른 대포폰을 갖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그러나, 최 행정관의 평소 휴대폰 통화내역은 그가 증거인멸 이후 진 전 과장과 나눴던 '대포폰 통화'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중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정황들만으로도 최 행정관은 증거인멸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찰이 최 행정관의 휴대폰 통화내역도 조회해야 할 필요성을 제대로 소명 못한 만큼, 이 부분을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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