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쟁점현안 타결을 위한 통상장관회담이 이틀째 이어졌지만 양국은 몇 가지 핵심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의를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측의 자동차 분야 요구사항들을 대부분 수용,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FTA협정문을 고쳐야 하는 픽업트럭 관세철폐시한 연장문제가 막판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9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틀째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자동차 분야의 쟁점들을 논의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양국 간에 전반적으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10일 통상장관회담을 한 차례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2015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될 연비(리터당 17km 이상), 배출가스(140g/km 이하) 등 환경 규제와 안전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우리 환경기준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완화시켜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우리측 일부 양보로 의견이 접근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측은 또 종전 FTA협정문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무한정 해줄 수 있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제작사들의 부품관세환급(duty drawback)을 한ㆍEU FTA처럼 5%까지만 허용토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원칙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용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현 25%)를 2015년부터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키로 했던 종전 합의를 무효화하거나, 적어도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선 '수용불가'입장을 고수했다.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측이 관세인하계획을 바꿔달라는 것은 협정문을 고치자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협정문 개정은 절대 불가한 사항"이라고 말해, 결국 픽업트럭 관세부분이 최종쟁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정상회담(11일)까지 불과 하루 남은 상태여서, 양국은 10일 통상장관회담에서 일괄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미국측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도 "쇠고기 협상보다도 더 못한 가장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협상으로 민주당과 국민은 반드시 이 협상 결과를 막아 낼 것"이라며 한ㆍ미 FTA 비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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