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서울에 세계 정상급 풍자만화가들의 만평이 대거 전시된다. 작품들의 공통된 주제이자 전시회의 이름은 '지구를 살립시다'이다. 침체된 세계경제 회복이 G20 정상회의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20개국 정상들의 마음에 "경제만이 문제는 아니다" "환경을 보호하라"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 전시의 목표다. 작품들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G20개국 정상맞이 준비를 마쳤다. 시민을 위한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9~14일)에서 열린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야외광장. 이날 개막한 G20 시사만평전 '지구를 살립시다'가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모두 19개국 작가의 작품 107점이 내걸렸다. 작품들 앞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던 김정미(65)씨는 "그간 주부로 살면서 지구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감상했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우리 세대의 죄책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전시는 사단법인 미래숲,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일보미디어그룹이 주관했다. 미래숲은 사막화와 황사 방지를 위해 매년 녹색봉사단을 중국에 파견해 나무심기와 문화교류를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로 G20을 앞두고 이 전시를 제안했다. 하필 만평을 전시 소재로 택한 것은, 그림의 의미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지 눈치채는 순간 무릎을 탁치고 입 꼬리를 올리게 만드는 만평만큼 호소력 짙은 매체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일이 관계자들이 세계 유명 만평가들에게 전시 취지를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수 차례 설득작업이 진행됐다.
노력에 화답하듯 세계카툰연합 회장을 지낸 마를렌 폴레(독일), 브루스 맥키넌(캐나다), 빅토르 보고라드(러시아) 등 정상급 작가들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작품 이미지 파일을 보내왔다. 공적 목적을 위한 온ㆍ오프라인 출판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 것. 국내에서는 남명래 배계규 오영식 화백과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만화가인 이원수 화백이 작품을 냈다.
작품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G20 정상들의 캐리커처, 녹아버린 남극 얼음 위에 간신히 서 있는 펭귄의 모습, 매연을 내뿜는 담배를 물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 등 다양한 상징과 비유로 환경보호를 촉구한다. 특히 이원수 화백이 출품한 작품 중 G20을 사흘 앞둔 8일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작품도 전시에 포함됐다.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구도를 본떠 이명박 대통령이 G20깃발을 단 지구본을 끌어안고, 개발도상국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듯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미래숲 권병현 대표는 "세계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가장 무서워한 사람은 영국인 시사만화가 데이비드 로우(David Low)였다"며 "우리 시대 시사만화가들의 작품이 G20 정상들에게 '우리에게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현안은 환경문제'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만평가들의 작품은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앞 야외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전시회 관련 무료 어플리케이션인 빌리언트리스(billion trees)를 내려 받아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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