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혹은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에 따라 대형 건설업체 실적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뇌부의 솔선수범으로 대부분은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오너 리스크’에 휘말려 시장 평판이 추락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주요 업체는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위험분산 전략이 적중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속에 2010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김중겸 사장 지시로 해외플랜트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국내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 건설업계 최초 연간 10조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림산업도 오너 3세인 이해욱 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김종인 사장이 적절하게 업무를 분담, 올 3분기까지 4조3,313억원 매출과 2,8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2,525억원)보다 14.5%나 늘어난 규모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사업의 큰 줄기는 챙기면서도 전문 경영인을 신뢰하는 이 회사 오너 일가 특유의 경영방침이 높은 실적을 낸 이유”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오너 CEO가 내부소통을 강화하며 해외 세일즈에 나서면서 실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 허명수 사장은 올 상반기에만 임원, 팀장, 현장소장 등 직급별로 15차례나 워크숍을 갖는 등 건설업 특유의 경직된 문화를 깨는 한편, 해외에서는 주요 발주처를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주도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오너 리스크’로 피해 보는 경우도 있는데, 한화건설이 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를 검찰이 수사하고, 오너 자제가 폭행 사건에 연루되는 등 기업집단의 이미지 추락으로 ‘꿈에 그린’ 브랜드의 영업력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화건설의 핵심 경쟁력은 ‘오너 체제’에서 나온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실제로 올 2분기 매출액(6,165억원)과 영업이익(308억원)이 감소하고 PF 보증규모가 2조원을 넘는데도, 부채 상환을 위해 4,7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1,100억원을 직접 인수한 한화증권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다. 요컨대 ‘오너 리스크’보다는 한화그룹 계열이라는 사실이 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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