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의 최대성과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경상수지 수치 목표제(가이드라인)’는 결국 물 건너가게 됐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환율갈등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국가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의 경상수지 흑ㆍ적자규모를 ‘국내 총생산(GDP)±4%’이내로 제한하는 수치목표 합의도출에 총력을 다했지만, 주변국들의 냉담한 기류를 뛰어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미디어센터(IMC) 개소식에 참석한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에는 언제까지 하기로 합의만 해도 큰 성과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 문제에서 흑ㆍ적자 관리 목표의 구체적 수치 명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향후 논의 및 합의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상수지 흑ㆍ적자를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자는 방안에 대해 독일, 중국 등 일부 G20 국가에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만큼, 이번에 무리하게 최종 합의를 시도하기보다는 내년 파리 정상회의 등 차후에 구체적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서울에서는 다리를 놓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도 이와 관련,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의 형식보다는 신중한 조치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경상수지 문제에 특정 수치를 명기하는 것을 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사공 위원장은 현재 회의진행 상황에 대해 “재무차관 및 셰르파(사전 교섭대표) 회의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경주회의에서 많은 합의가 된 만큼 현재는 코뮈니케(공동선언문) 문구를 다듬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 전망에 대해 “한국이 생각하는 대로 70~80%는 진전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도 정상들과 전화 회담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양자회담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고 회의 결과를 낙관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