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 동안 조금은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 자동차 분야를 추가 양보키로 했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비준 반대 당론을 굳힌 것이다.
민주당에게 한미 FTA는 딜레마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추진된 사안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기존 당론도 ‘피해산업 지원을 위한 선(先) 대책 마련 후(後) 비준’이었다.
그런데 10ㆍ3 전당대회 이후 당에 진보 담론이 득세하면서 당론 변경 얘기가 나왔다. 특히 정동영 이인영 천정배 최고위원을 필두로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한 전면 재협상, FTA 전면 폐기 주장이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4일 의원총회에선 “한미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되 퍼주기 재협상은 안 된다”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다 이날 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중한 재검토’ 입장을 보여왔던 손학규 대표는 “이런 조건에서는 비준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 FTA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 대책 후 비준’ 입장이었던 정세균 최고위원도 “자동차 때문에 제약 서비스 분야 등을 양보했는데 자동차를 내주고 나면 한미 FTA를 하는 의미가 전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반대 입장은 분명하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은 특히 정부 일각에서 ‘자동차는 양보하되 쇠고기는 양보하지 않는 빅딜을 이뤘다’는 식으로 협상 결과를 미화하는 데 분노했다. 손 대표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한 일방적 양보뿐인 굴욕적 재협상, 마이너스 재협상”이라며 “이게 마치 빅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고 해놓고 사실상 재협상을 진행하는 절차 문제,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 역진방지 등의 독소 조항을 하나도 없애지 못하는 협상력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손 대표가 10일 야5당 대표와 조찬회동을 갖는 등 FTA 반대 여론몰이에도 나선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