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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학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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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학교의 추억

입력
2010.11.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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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매 맞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제법 모범생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매를 맞았다. 단체 기합으로도 맞고, 시험문제 틀린 개수대로도 맞았지만, 대부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맞았다. 맞는 일이 하도 일상이니 그것이 남보다 더 호된 경험이 아니고서는 추억담으로 내세울 수도 없다.

체벌의 모진 기억

그렇더라도 누구에게나 모진 기억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고궁으로 걸어서 소풍을 갔었다. 먼 거리를 걸어서 가자니 대열 유지를 잘 해야 하는데 어쩌다가 대열이 끊겨서 한 분단 정도가 낙오를 하게 되었다. 당시의 담임선생이 몹시도 애가 탔던 모양이다. 다른 반 대열에 끼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담임선생은 낙오한 대열의 분단장을 찾았다. 나였다.

담임선생은 소풍날 아침에,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뺨을 때렸다. 그렇게 지독하게 뺨을 맞아본 기억은 그때가 유일무이하다. 선생은 때릴 사람이 필요했고 분을 풀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교육적인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아주 치졸한 체벌이었다.

물론 1970년대의 일이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딸아이에게 물어봤더니 '엄청 맞았지'라고 대답한다. 피 멍 들었던 얘기, 손톱 빠질 뻔했던 얘기,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아이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중국에서 공부했다. 거기에서도 맞았냐고 물어봤더니 '거기선 때렸다간 잡혀갈 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벌 금지가 전면적으로 실행된다고 한다. 어떤 경우의 어떤 체벌도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의 교사들은 우려에 빠졌고, 아이들은 환호하는 모양이다. 환호하는 아이들의 기분도 이해하겠고 우려하는 교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때려서 잡던 것을 갑자기 말로 잡아야 할 터이니, 한 순간에 쉬운 일일 리는 없다. 그런데 때려서 잡는다는 말이 참 그렇다. 어쩌자고 학교에서는, 그토록 어린 아이들을 때려서 잡아야만 하는 것일까.

딸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회초리로도 때리고 손으로도 때렸다. 이런 때는 때려줘야만 하겠다 신중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겠지만 분에 겨워 때린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울며 잠든 아이의 엉덩이나 종아리에 밤새 약을 발라주던 기억도 있다. 아이의 상처가 그토록 심해서가 아니라 때린 후 어미의 마음이 그만큼 아팠기 때문이다. 때려놓고 내가 더 아프다 하는 것도 미안하고, 때려놓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미안했다.

아직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하다. 분에 겨워 때렸던 것도 그렇지만, 더 미안한 것은 때려야겠다 작정했던 순간들이다. 세상에 그럴만한 일이 있었을까. 신중히 생각하고, 고려하고, 작정까지 하면서 때릴 만큼 그렇게 호된 잘못이 있었을까.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어미, 그렇게 생각하는 사회의 잘못이다. 잘못이 육체의 고통과 놀라움 수치로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모멸과 분노로 수정될 리는 더욱 없다.

빈자리 채우기 고민을

현장의 교사들은 체벌이 금지되면 학급 전체의 분위기를 잡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말도 참 그렇다. 한 아이를 모멸과 수치 속에 내던져버릴 때 다른 아이들이 느끼는 것 역시 그 아이가 대신한 자신의 모멸과 수치일 터이니.

그렇다고 현장의 교사들을 순식간에 폭력범 취급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현장의 교사들이 염려하는 것이 금지된 체벌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하는 교육적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금지하는 것은 쉽다. 그 빈자리를 적절히 채우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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