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어제 이틀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담판을 벌였으나 일부 쟁점에 합의하지 못해 일정을 하루 더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큰 틀에선 한국이 자동차 안전기준 및 연비ㆍ배기가스 등 환경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되,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하지 않기로 절충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는 FTA와 무관한 위생 문제인 만큼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결국 쟁점은 자동차로 좁혀지는데, 미국은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 점유율이 1% 미만이므로 시장진입 장벽을 더 낮춰달라고 줄곧 요구해왔다. 사실 미국 자동차의 판매 부진은 무역장벽 때문이라기보다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외면 당하는 게 결정적이다. 추가 양보를 하더라도 실질적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정부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협상이 일방적 양보로 귀결돼서는 곤란하다. 양국 정부는 이미 3년 전 정교하게'이익의 균형'을 맞춘 FTA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를 부정하고 추가 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자 외교적 결례이다. 정부는 '재협상'이 아닌 '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방적 양보로 '이익의 균형'을 해칠 경우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 등 또 다른 분란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한 실익을 얻어내야 한다.
자동차 부문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더라도 안전 및 환경기준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 김 본부장이 "국민 안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정책목표와 함께 과도한 시장진입 장벽은 안 된다는 두 가지 측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듯이,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환경보호를 위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 아닌가. 답보 상태에 빠진 한미 FTA 비준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로 한 퍼주기 협상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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