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8일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발 빠른 검찰의 대응은 자칫 음모론에 빠질 경우 수사가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음모론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야당에 대한 기획사정 내지 편파수사 주장이다. 검찰이 동시에 압수수색한 의원사무실 11곳이 거의 여야 동수로 이뤄져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야당의원에 대한 청목회의 후원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청와대의 표적이 된 야당의원도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현금 전달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찰관계자는 "1,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을 뿐"이라며 "과거에도 유사한 기준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을 압수수색도 했고 기소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이 야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시선에 대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섞여 있지 않다는 항변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동수인 것도 검찰이 의도적으로 맞춘 게 아니라, 청목회가 여야 숫자를 맞춰 후원금을 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나 검찰 모두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는 압수수색 직전에, 법무부 장관은 아예 이후에 보고를 받았다"며 "특정사건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지 재경지검의 판단만으로 여야의원 11명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건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현실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의 시점과 관련한 물타기 의혹에 대해서도 "15일이 청목회 회장 등 피의자들의 구속 만기일이기 때문에 수사진행 상 그 전에 조사를 마무리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다른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5일 오후는 이귀남 법무장관이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대포폰' 파문과 대통령 친구 천신일씨 사건 등으로 야당 의원들한테 십자포화를 맞던 시점이다.
검찰은 정치권에서 번지고 있는 각종 음모론에 대응할 방법은 정면돌파밖에 없다는 듯 향후 수사방식도 '법대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검찰소환에 불응하기로 결정한 데에 대해 "통상적인 수사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참고인 등 관련자들이 소환에 불응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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